스타빌 제주

하루는 체크아웃 하다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다.
‘후 잘 놀았다. 이제 집에 가서 쉬자’

호텔. 어느순간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쉬는 공간에서 노는 공간으로 말이다. 테마파크처럼 컨텐츠가 중요해진게 아닐까. 그랬더니 오히려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워지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시간에 쫓겨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펑펑 흘려 보낼 수 있는 곳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일까. 최근에 다녀온 스타빌이 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다. 미쳤다 여기.
왜 그렇게 느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단 모든 객실은 글램핑 형태로 되어 있다. 실제로 텐트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불면 약간의 소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저 감성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바로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산 한 가운데 고립되어 있다는 점.

고요하고 적막하다. 객실 문(?!)을 젖히면 바로 보이는 연못. 그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 아, 그 친구들은 가끔 객실 앞까지 걸어나오기도 한다. 아무튼, 그 연못과 그 뒤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바베큐 타임을. 그리고 아침엔 반짝이는 연못을 보며 조식을. 훌륭하다.

내가 투숙 했을 당시 날씨가 매우 청량했다. 객실 마당에 있는 해먹에 누워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으니 삶에 감사해지더라.

앞서 이야기 했듯 주변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스타빌 안에 음료&스낵 자판기부터 룸서비스가 특화되어 있다. 주류의 경우 맥주 8천원대, 와인은 7만원부터 시작. 비벼볼만 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한 잔 기울여줘야한다. 한 모금 넘기고 코 끝으로 들어오는 숲 냄새. 술이 물 처럼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객실에서 시간을 하염없이 흘려 보내다 심심하다 싶으면 야외 수영장으로 가면 된다.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선베드에 누웠다 물에 들어갔다 반복. 말해 뭐할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가고 싶다.

자, 이 곳의 이름은 ‘스타빌’

다 이유가 있었다. 밤이 되면 그냥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별 쏟아지는 것을 직관할 수 있다. 귀한 경험이다. 심지어 9시가 되면 별 관측 시간이 있다. 직원분들이 천체 망원경을 들고와서 별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1등으로 뛰어가서 봤다… (안봤으면 후회할 뻔)

이 곳에서 보낸 2일은 잊을 수 없다. 오랜만에 일과 잡념에서 벗어나 쉼에만 집중 할 수 있었다. 제주까지 와서 한 곳에 눌러 앉아서 뭐하냐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곳에 발을 딛는 순간 사람 북적이는 동네에 가고 싶단 생각은 싹 사라질 것이다. 전쟁 같은 삶에서 잠시 평화를 느끼게 될테니 말이다.

스타빌에서 만큼은 ‘자 이제 집에 가서 쉬자’라는 말보단 ‘잘 쉬다 간다’라는 말이 나오길. 특히, 요즘 잠시 멈춰야 할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인생은 길고, 조급할 건 없다. 때론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야 할 때.

더 자세한 내용은 호텔컨텐츠닷컴에 담아두었다. 참고로 여긴 대부분 4-6인 투숙이 가능하니 함께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슬쩍 공유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