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픽트 호텔 (801호)

📌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것의 매력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호텔계에도 엘론 머스크가 있습니다. 사실 이 사람은 앤디워홀을 비롯해 당대 힙스터들이 모이는 클럽 ‘스튜디오54’의 수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온갖 사건사고들이 난무하며 결국 문을 닫게 되죠. 그 때 그는 발칙한 생각을 하나 해버립니다.

고객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대접’한다는 관점에서 클럽과 호텔은 동일하다고 본 그는 호텔에 클럽의 요소들을 접목시켜 ‘모건스 호텔’을 만듭니다.

그의 이름은 ‘이안 슈레거’. 부티크 호텔의 창시자이자, 호텔계의 선구자라는 닉네임을 달고 다닙니다. 당시에만 해도 표준화 되어있던 호텔업계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테슬라가 ‘빠르고 섹시한 전기차’를 만들었을 때와 비슷하다 생각합니다.

부티크 호텔은 ‘지역의 문화를 접목시킨 호텔’, 다시 말해 지역에 스며드는 호텔입니다. 에이스 호텔 또한 지역을 먼저 이해하고, 스며들어 동네의 붐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천편일률적인 호텔이 나올 수 없고, 그러니 지역의 색을 살린 독특한 디자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티크 호텔이 많이 생겨야, 여행자들의 경험이 풍성 해진다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부티크 호텔이 있습니다. 상업지역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사람냄새가 나는 동네, 상도동에 말이죠. 그리고 스며 들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슴슴한 것이 편안하게 자꾸 드나들고 싶어지죠.애초에 건물을 지을 때부터 붉은 벽돌집이 많은 상도동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 ‘camouflage’라는 컨셉으로 건물을 짓습니다. 상도동에 호텔이?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건물을 보면 ‘오? 생각보다 어울리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1층을 가면 더 재밌습니다. 카페/도서관/키즈룸/편집숍이 있습니다. 복잡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약속장소 잡을 때 ‘스타벅스로 와’가 아닌 ‘이 호텔로 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곳에 앉아 뭔가에 집중하기도 좋더군요. 상도동의 숨은 아지트 느낌입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열려있죠. 지역주민분들께서 엄청 편하게 방문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 많은 지역인 만큼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까지 내어 놓습니다.

사실 이 호텔은 지역주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관 하고 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기록을 하고, 이용객들의 48%는 지역 주민, 재방문률 50%. 쉽게 말해 상도동과 정말 짱친이다. 라고 보시면 됩니다. 5년간 이 곳을 거친 사람 12만명. 모노클 <전세계 TOP100 호텔 선정(한국유일)>. 경이롭습니다.

이 호텔은 한 개인이 3년간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세운 호텔입니다. 그리고 핸드픽트 호텔 대표님께선 상도동 토박이시죠. 핸드픽트가 지역에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입니다.

음식은 문화를 빠르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평소엔 아침을 챙겨먹진 않지만 그래도 먹는다면 빵보단 밥을 먹었을 때 더욱 편안하고 든든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 호텔은 놓치지 않죠. 조식은 핸드픽트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나루’에서 진행이 됩니다. 게다가 매일 바뀌는 한식 상차림으로 나옵니다. 전 이 호텔 올 때마다 조식은 꼭 챙깁니다.

지금까지 핸드픽트 호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